법무사.tv · 에세이AI 시대와 법무사
햇빛이 비치는 넓은 서재의 책과 노트북, 창밖의 도시 풍경
잠시 멈춰, 더 깊이 생각하는 자리.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
ESSAY / AI와 법을 다루는 사람

AI가 매일 달라질수록, 법률가는 더 천천히 확인해야 한다

검증, 책임, 의뢰인 비밀을 놓치지 않기 위한 개인적 생각

신성철 법무사 · 이안법무사사무소 대표

변화의 속도와 판단의 속도

서재에서 태블릿과 공책을 살펴보는 가상의 법률 업무 종사자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시간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

AI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빨리 익혀야 한다고 재촉하고, 다른 쪽에서는 서두를수록 놓치는 것이 생긴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는 법률가에게 필요한 태도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새 도구는 부지런히 배우되, 판단의 속도까지 도구에 맞춰 높이지 않는 것이다.

AI는 긴 기록에서 쟁점을 나누고, 흩어진 문서를 정리하고, 여러 표현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질문의 초안을 만들거나 확인할 항목을 빠뜨리지 않게 돕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듯하게 정리된 문장은 사실 확인을 끝낸 문장과 다르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고, 같은 조문도 사건의 시점과 당사자 관계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AI가 내놓은 답을 결론으로 받기보다, 무엇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점검표로 대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검증은 링크보다 깊어야 한다

책과 서류를 대조하며 연필로 확인하는 손
문장보다 근거를 먼저 들여다보기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

검증은 출처 링크 하나를 붙이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출처가 실제로 주장한 내용을 뒷받침하는지, 조문과 항이 맞는지, 사건 당시에도 같은 법이 시행 중이었는지, 반대되는 자료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AI가 매끄럽게 말할수록 이 확인은 오히려 더 꼼꼼해야 한다. 문장의 자신감은 근거의 강도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은 사람의 이름으로 설명한다

창가의 테이블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가상의 성인 두 사람
판단을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문서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AI가 아니다. 어떤 자료를 믿었는지, 왜 그 절차를 권했는지, 불확실한 부분을 어떻게 알렸는지는 결국 법률가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가 그렇게 답했다’는 말은 전문적인 판단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틀릴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멈추고 다시 묻는 것까지가 사람의 일이다.

비밀은 편리함보다 앞에 둔다

서랍 속에 놓인 닫힌 서류철
타인의 이야기를 소중히 지키는 태도 AI로 제작한 연출 이미지

이름을 지웠다고 해서 사건번호, 주소, 가족관계, 거래 시점이 합쳐졌을 때 누구의 일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입력하려는 자료가 정말 필요한지 먼저 줄이고, 민감한 사실은 가명 처리와 요약만으로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 사용하는 환경의 보관·학습·접근 조건을 확인할 수 없다면, 의뢰인의 자료를 넣지 않는 쪽이 안전하다.

AI 시대의 법률가는 모든 답을 가장 먼저 말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디까지 확인되었고 어디부터 판단이 필요한지 정직하게 구분하는 사람이 더 오래 신뢰받을 것이다. 도구가 빨라질수록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 책임을 자기 이름으로 설명하는 태도, 타인의 비밀 앞에서 멈출 줄 아는 감각은 더 중요해진다. 나는 그 세 가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라고 본다.